시니어 과학기술인의 활용 방안을 위한 제언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박성현
1.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 이상)에 진입했고, 올해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로 진입할 예정이다. 또한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70년에는 4.53명이었으나 계속 급락하여 2024년에는 0.75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이고, 평균수명은 83.5세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15∼64세까지의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고 있다.
오늘날은 디지털 대전환기이며 과학기술이 한 국가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과학기술 분야의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면서 국가의 발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금은 과거에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지적 역량이 풍부한 60세 이상의 시니어 과학기술인(senior scientists and engineers)의 제도적 활용이 국가의 발전 동력을 견인하기 위해서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시니어 과학기술인 중에는 아직 건강하여 5년, 10년 이상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인력이 풍부하다. 본 제언에서는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활용 방안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기존의 시니어 과학기술인 활용 제도
우리나라에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활용하기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주로 과기부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ReSEAT 프로그램, 테크노 닥터 사업, 과총(KOFST) 지원사업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들의 예산 감축으로 프로그램들이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①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지원 사업 (ReSEAT; Retired Scientists and Engineers for Advancement of Technology) 프로그램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전문성을 살리고 연구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시니어 과학기술인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소속의 전문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최신 기술의 동향 분석 및 과학기술의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2년부터 KISTI가 운영해 오다 2018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로 이관된 후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에서 멘토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변경되었으나, 그 후 지속성이 떨어지고 예산지원 부족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② 테크노 닥터 사업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중소기업과 연결하여 기술 자문을 제공하는 제도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문제해결을 돕는 제도이다. 이 역시 기업의 멘토링과 매칭시키는 사업으로 최근에는 활력을 잃고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③ 과총(KOFST) 지원 사업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가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기여와 자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비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계속되고 있으나, R&D 예산의 감축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3. 시니어 과학기술인 활용 방안
다수의 고경력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2023)에서 필자가 주축이 되어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하여 연구보고서를 만든 바 있다. 이 보고서를 참조하여 시니어 과학기술자의 활용 방안으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① 정년 제도의 철폐
우리나라는 대학 교원의 정년은 65세, 출연연구소 연구원은 정년이 61세이고, 기업에서는 대부분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정년한다. 미국과 같이 정년 제도를 아예 없애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조선일보(2024)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오래전 1986년에, 영국은 2011년에, 대만은 2024년 7월에 정년제를 폐지했다. 일본은 이미 2000년에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의무화했고, 2021년에 70세까지 계속 고용을 권고하였다.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폐지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이 대세이다.
우리나라에서 당장 정년제 폐지가 어려우면, 정년을 일본처럼 연장하되, 그 대신 소위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여 나이가 들면 봉급을 차츰 적게 주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정년을 없애더라고 연금을 정년한 후에 주는 것으로 하면, 봉급이나 연금을 받는 것이 큰 차이가 없게 되고, 구태여 오래 일하지 않고 정년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가 그러하다.
②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지원사업(ReSEAT)의 재가동
이 사업은 현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운영하고 있고, 고경력과학기술인 홈페이지(2024)에 보면, 현재까지 등록되어 있는 고경력 과학기술자의 수는 2,090명으로, 많은 과학기술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지원 부족으로 현재는 중단된 프로그램이나, 이 사업의 재가동이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의 재가동 시에는 본래의 사업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하여 KOITA에 맡기는 것보다는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KASSE)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KOITA는 산업기술 진흥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중소기업 지원을 주 목적으로 하게 되나, KASSE는 중소기업 지원은 물론 초중고등학교 청소년 과학 교육, 시니어 과학기술자의 연구개발 지원 활동 등을 다양하게 추진할 수 있기 떄문이다.
③ 과학문화 확산 운동에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우리나라의 60세 이상의 시니어 과학기술자의 숫자는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2024)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략 7만여 명, 석사 이상의 고경력 과학기술자도 3.4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 자기의 전문 분야와 관련이 없는 취미 생활이나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 또는 자녀를 돌보는 것 등으로 소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문화의 저변 확산이 시급하다. 과학문화의 저변 확산을 위해서 고경력 과학기술자의 활용은 매우 바람직하다.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2017)가 수행한 청소년 과학꿈나무 육성 교육 사업과 사이언스 소셜 콘서트 사업, 서울대명예교수협의회에서 주관하여 실시하는 재능기부특강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과학문화 확산 사업은 더욱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활용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개도국 파견
공적개발원조(홈페이지: https://odakorea.go.kr)란 정부 차원에서 개발도상국(개도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자금 원조나 기술협력을 말한다. 한국은 1945년 이후 ODA 수원국으로 1990년까지 지원을 받았고, 1991년에 유엔개발계획(UNDP)이 한국을 공여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1991년부터 공여국이 되었다. 국회는 1990년에 한국국제협력단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하여 1991년에 ODA를 관장할 기관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했다. 한국은 2010년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선진공여국이 되었고, ODA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2023년에 한국의 ODA 공여금은 4조 7,771억 원이었고, 2024년에는 이를 대폭 늘려 6조 2,629억 원을 책정했다. 한국의 ODA 참여는 개도국에 금융적 지원으로 기반 시설 구축, 교육, 보건, 환경 등 분야에 대한 지원이 있고, 기술 협력 및 지식 이전을 통해 개도국의 사회발전을 지원한다. KOICA는 여러 부처의 도움을 받아 1991년부터 한국청년해외봉사단을 조직하여 파견하였고, 2009년부터는 월드프렌즈코리아(WFK; World Friends Korea)라는 브랜드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WFK 사업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여기에 시니어 과학기술인이 참여할 기회는 적다. WFK 사업의 문을 시니어 과학기술인에게 대폭 열어서 많은 시니어 과학기술인이 그들의 지적 경험을 개도국을 도와주는 WFK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⑤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활용하는 플랫폼 구축
고령화 사회의 대두와 더불어 은퇴 과학기술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어 이들을 관리하고 추적하여 활용 방안 및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도달하였다. 이를 위한 인프라로 ‘시니어 과학기술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작업하는 시스템의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 플랫폼에 과학기술인이 등록하여 데이터베이스(DB)가 만들어진다면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인프라가 조성될 것이다.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 과학기술인과 전문 기술지원을 원하는 기업과의 연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플랫폼의 구축 및 유지 관리는 실제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위한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기관이 맡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예산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료의 축적과 이용이 제한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대표적인 단체인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가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 플랫폼의 구축과 관리를 수행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⑥ ‘시니어 과학기술인 활용 및 지원에 관한 법’ 제정
은퇴 과학기술인의 급증, 고령화 사회의 도래, 인구감소 등으로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활용을 활성화하는 제도적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 30∼40년간의 R&D 투자 확대와 경제성장으로 급증한 과학기술 인력이 은퇴하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활용 대책이 국가의 조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체계적인 활용 및 지원을 위해서 관련 법이 제정되기를 촉구한다.
<참고문헌>
1. 고경력과학기술인(2024) 고경력과학기술인센터(ReSEAT Center) 홈페이지: https://www.reseat.or.kr.
2. 공적개발원조; 홈페이지, https://odakorea.go.kr.
3. 조선일보(2024) 조선일보 A8면 ‘65세 이상 경제활동 어느덧 OECD 1위’, 2024년 9월 20일 기사.
4. 한국과학기술한림원(2023)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책임과 역할”, 박성현 등 4인의 한림연구보고서 150, 2023년 11월 발간.
5.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2017) “청소년 과학꿈나무 육성 교육 사업,
2017-2019”,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활동지원 사업 보고서, 2017.4 – 2019.12.
6.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2024)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박성현 등 6인의 연구보고서(KASSE 24-01), 2024sus 11월 30일 발간.